강남 아파트 속 나무들... '콘크리트 녹색섬' 지키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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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파트 속 나무들... '콘크리트 녹색섬' 지키려는 사람들

[김성호 평론가]
실뱅 쇼메가 감독한 프랑스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엔 시한부 삶을 사는 여자 마담 프루스트(앤 르 니 분)가 등장한다. 아파트에 숨겨진 비밀 공간에다 불법적으로 정원을 꾸며 놓고 사람들에게 정체불명의 약초를 공급하는 일로 소일하던 그녀가 죽음을 앞두고 일생일대의 과업에 착수하는 모습을 영화가 인상 깊게 살핀다.
그 일이란 다름 아닌 나무를 지키는 것. 그녀가 이따금 찾아 그늘에서 우쿠렐레를 연주하길 즐기던 아름드리 나무가 베어질 위기에 처한 것을 알고 이를 막고자 하는 것이다. 늙고 병든 나무라 이제는 베어내야 한다고 다가서는 인부들을 몸으로 가로막으며 프루스트는 말한다.
"그러지 마세요, 여러분은 지금 천국을 없애려는 겁니다!"
또 다른 영화 한 편, 이번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소개된 이명륜 감독의 독특한 색채의 단편 <목인>이다. 영화는 근미래, 숲을 밀어내려는 인부들과 그들의 작업을 방해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살핀다. 작업차 기름통에 몰래 물을 넣는 그의 모습은 일견 극단적 환경운동가의 작업 방해 행위로 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는 그의 공로를 결코 허투루 돌리지 않는다. 다시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 파괴를 목전에 두었던 이 숲이 지구에 단 하나뿐인 귀한 숲으로 기려지는 모습이 영화에 주요하게 등장하는 것이다.
숲은 그저 이 남자의 수고를 통해 지켜지지 않는다. 말 없던 남자가 곧 나무가 되고, 박동하는 귀한 나무의 이야기가 퍼져 나가며 숲을 베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벨 수 없는 귀한 나무만이 숲을 지키는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원문: 바로가기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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